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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데이터/세상과의 소통

제임스 왓슨 <이중나선>

이중 나선(二重螺線)은 두 개의 서로 대칭인 나선이 같은 축 방향으로 놓여있는 모양이다.


DNA가 이중 나선 구조라는 것은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처음으로 발견했다.


멘델이 유전법칙을 발견한 이후, 그리피스 및 에이버리 등의 실험을 통하여 DNA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고

1950년대초 여러 과학자의 그룹에서 DNA의 구조를 해명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처음으로 해명한 제임스 왓슨이 당시의 발견과정을 그의 저서 <이중나선>에 소상히 기록했기에

나는 그 흥미진진한 발견의 과정을 따라가 볼 수 있었고, 연구자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간직해야 할 교훈 몇 가지도 얻을 수 있었다.


왓슨의 회고에 따라 당시의 경쟁을 요약하면, DNA의 분자구조를 해명하기 위해서 대략 세 그룹의 과학자들이 문제에 다가서고 있었다. 케임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모형을 가지고 이해를 시도했던 왓슨과 크릭을 비롯하여, 사이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X선을 주요 도구로 삼아 데이터를 축적해 가며 연구를 진행한 런던 킹즈대학의 모리스 윌킨즈와 로잘린드 프랭클린, 그리고 칼텍에 있는 세계 최고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이 바로 그들이다.

나는 왓슨과 크릭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보여준, 배울만한 점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 그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명확히 가졌고, 그 다음 그 공략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쌓아나갔다. 둘째로, 그들은 경쟁자들의 연구를 비롯하여, 당시에 존재하던 최신 연구 결과들을 빈틈없이 흡수하여 그 모두를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삼았다. 셋째로, 그들은 간단하면서도 우아한 자연의 법칙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게는 여러 면에서 운도 따랐다.

첫번째로, 화학에 대한 지식과, X선 결정학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던 것으로 묘사되는 왓슨이 DNA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러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모습과 나중에는 문제의 본질 ?당과 인산 뼈대가 외부에 놓인 이중나선-에 다가가는 모습은 참으로 경이적인 것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이 애초에 이 정도로 부족한 상황이라면, 보통의 경우는 문제에 대한 도전을 무모하다 여기기 마련일 것이다. 그러나 왓슨의 문제에 대한 집념은 이를 허락치 않았다.

두번째, 그들은 남들의 결과를 흡수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이 모두를 발판으로 삼았다. 이는 왓슨이 프랭클린의 견해를 알아내어, -인산 뼈대를 내부가 아닌 외부에 두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이들이 샤가프의 법칙의 중요성을 느끼고, 문제의 해결에서 결정적인 실마리로 삼은 것에 반해서, 폴링은 샤가프의 이 결과를 그와 논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 갖지 못한다. 로잘린드와 윌킨즈도 자신들의 해결방법을 고집한 나머지, 왓슨과 크릭이 모형을 이용한 접근법을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한다.

세번째, 단순한 법칙의 존재에 대한 믿음도 어느 정도는 과학자에게 필요한 듯 보인다. 화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두 사람이 문제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어떤 면에서는 화학을 많이 아는 사람들이 DNA의 거대한 분자 구조에 미리 압도당했기 때문이었다. 로잘린드와 윌킨즈도 이 점에서는 과감하지 못했다. 로잘린드가 가졌던, 나선 구조에 대한 무시는 아쉬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왓슨과 크릭은 대담하게 DNA가 나선구조 일 것이라 상정함으로서, 문제를 단순화 시키는 동시에 핵심에 빠르게 접근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운이 이들에게 따랐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왓슨의 화학적 지식을 결정적인 곳에서 바로잡아준 사람, 제리 도나휴가 하필 그의 연구실에 함께 있었던 점은 설명할 수 없는 행운임에 틀림없다. 이로 인하여, 왓슨은 동일한 염기가 마주보고 있다는 생각 ? 도나휴가 아니었으면 끝까지 집착했을-을 포기하고, 아데닌과 티민, 구아닌과 시토신이 각각 마주본다는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게 된다. 이러한 행운은 마치 멘델이 유전 연구의 재료로 완두를 선택한 데서 온 행운 같은 것들을 다시 연상케 한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왓슨과 크릭에 의해서 일단 제기되고, 모형화에 성공하자, 그때까지 함께 경쟁하던 과학자들 모두는 이 결과의 우아함에 탄복하고 그들의 성공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물론 윌킨즈와 로잘린드는 그들의 제안을 실험결과로 확실하게 뒷받침 해주기까지 한다. 이 고분자의 이중나선 구조는 유전물질로서의 복제의 용이성, 생명체의 다양성을 보장해줄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 복잡한 정보를 기록하는 유용성 등의 여러 측면을 모두 한꺼번에 해결해주고 있었다. 크릭이 모형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이미 '생명의 비밀'을 알아냈다고 소리친 데에는, 이것이 진실임에 틀림없다고 믿게할만한 우아함이 이 제안에는 담겨 있었다.